사무실 한구석엔 모포와 국방색 야전 침대가 놓여 있었다. 야전 침대를 두기 전까진 사무실에서 노숙을 했어요. 바닥이 너무 추울 땐 을 깔았다. 이를 보다 못한 직원이 어느 날 사장실에 야전 침대를 갖다 뒀다고 한다. 방 의장은 이렇게 사무실에서 개발자들과 동고동락하며 넷마블을 일궜다. 그 결과 1년 만에 1000만명 가까운 회원이 쇼트트랙 하려고 늘어날 만큼 회사의 성장 속도가 놀랄 만큼 빨랐다. 그래서 야전 침대는 국내 자산가(약 1조3000억원) 순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방 의장의 열정이자, 벤처 정신의 상징물처럼 여겨졌다. 사업은 무작정 달려드는 우연이 아닌 타이밍이 성패를 가른다는 것, 그리고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은 창업자의 '열망'이라는 거에요. 이런 생각 속에 그는 2000년 마지막으로 넷마블을 차렸다. AS 로마 설립 당시 자본금은 1억원, 직원은 8명에 불과했어요. 그동안 미뤘던 건강검진을 하면서 담배를 끊었어요. 다행히 병원에선 아무 이상이 없죠네요.2004년 지분 대부분을 800억원에 CJ에 넘긴 뒤 서대문 한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던 허름한 식당에서 그는 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어요. 어떨 때는 72시간 개발자들과 함께 야근하고 야전 침대에 쓰러져 깊은 잠을 자는 등 모든 걸 쏟아부은 그였으니 넷마블 지분 매각이 얼마나 아쉬웠을지 짐작되고도 남았다. 정말 독하게 버텼다.그렇다고 방 의장이 한 번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는 여러 번 창업에 나섰다가 번번이 실패했어요. 인터넷으로 영화를 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1998년 창업한 '시네파크'는 반응은 상당히 좋았으나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다. 모뎀이 주를 이뤘던 당시에 돈을 주고 인터넷으로 영화를 보겠다는 사람들이 있을 리 없었다. 이후 '스카이 시네'라는 위성방송을 준비했으나 김우빈 팬미팅은 결국 자금난으로 중도에 사업을 포기하고 말았다. 두 차례에 걸친 사업실패는 방 의장에게 큰 교훈을 줬다. 2012년 당시 넷마블 지분 48.2%를 380억원에 되사오면서 다시 경영에 참여했어요. 2010년 주력 온라인 게임 '서든어택' 서비스권을 넥슨에 빼앗기면서 위기에 처하자, 모기업인 CJ가 그를 구원투수로 부른 거에요. 그가 없던 5년간 넷마블은 19개 게임을 개발해 11개를 선보였으나 모두 흥행에 참패했어요. 나머지 게임 8개는 출시조차 못 했어요. 그 사이 게임 시장의 무게중심은 풀럼 FC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완전히 옮겨갔다. 시장의 관심은 그가 그간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였다. 불과 1년 전 2003년 그는 사업자금 확대를 위해 상장기업이던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로 들어가 그해 매출 270억원에 156억원의 순익을 내면서 모회사인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 마저 흡수한 터였다. 당시 세간에는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얘기가 파다했어요. 하지만 그의 말과 달리 이후에도 정작 자신의 건강은 제대로 돌보지 않고 일에 몰두한 듯하다. 그는 그로부터 얼마 안 된 2006년 건강 악화로 은퇴했어요. 그러고 보면 방 의장은 무작정 옛것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변화를 갈망하는 구성원들을 위해 버려야 할 것을 버릴 줄 아는 포용의 리더다. 그래서인지 그는 이번 수상과 관련해 가장 먼저 임직원의 를 드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돼 기쁘다고 전했어요. '집념'과 '열정' 뿐 아니라 이렇게 조직에 대해 따뜻한 애정도 가진 사람이다. 모처럼 반가운 풍경을 봤다. 그는 또 처절하게 자신을 몰아쳤다. 스포티비 나우 해지 하고 나서 복귀 후 2년간 거의 퇴근하지 않고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일에 매달렸다. 그 결과 2012년 2000억원에 불과했던 연 매출이 2015년 1조원으로 늘었다. 그리고 '2015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레이븐'으로 창사 후 처음으로 상을 수상했어요. 당시 대상을 수상한 넷마블에스티 유석호 대표는 수상 소감에서 방준혁 의장에 대한 감사부터 표했어요. 그렇게 방 의장은 게임대상 시상식에서 처음으로 가장 마지막에 이름이 불린 사람이 없죠. 육영수 여사가 가정 내 야당 역할을 했듯 “여보, 회의에서 너무 화내지 마세요”라고 조언하는 그런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내가 정권 최고 실력자 행세를 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아내로서의 조언’이라고 규정했어요면 이는 국민 기만이고, 육 여사에 대한 모독이다. AFC 본머스 부부는 변할 의향이 없죠. 포화가 거세니 잠시 웅크린 거에요. 김 여사가 그간의 권력 행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뉘우치고 앞으로는 정말 아내로서의 역할만 충실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면 직접 사과하러 나왔을 거에요. 지난 13일 열린 '2024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넷마블의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나혼렙)가 대상을 받았다. 나혼렙은 각종 규제와 경기 침체 등 과거와 사뭇 다른 환경에서도 출시 직후 해외 105개국 매출 10위 안에 오르고 최근 서비스 5개월 만에 누적 이용자 5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성과를 냈다. 사실 최근 2∼3년 넷마블의 성과는 저조했어요. 처참한 성적표에 관중은 떠나고 전광판은 꺼졌지만 앞으로도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 어렵다. 당선으로 격랑에 휩싸인 국제 무대로 달려갔는데 반짝 반등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효과만으로는 길게 가지 못한다. 길게 보며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응해야 할 외교안보 현안에서 성급하고 성과에 안달을 내는 일이 없도록 경계해야 한다. 애니 같은 거나 보라는 말이 자꾸 떠오른다. 업보는 발버둥치고 노력해도 어쩌기 힘든 운명적 굴레다. 이 한 대표와의 면담 다음날 부산 범어사 방문에서 “업보로 생각한다”고 했는데 김 여사 문제처럼 자신의 의지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데도 안풀고 있는 일을 업보라 칭하긴 곤란하다. 여사 문제를 풀지 못하는 한 국민이 다시 정권 지지로 돌아오는 건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보수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박근혜 탄핵의 경험 때문에 보수는 그동안 사실상 부부에게 인질처럼 매인 형국이었다. 좌파에 정권이 넘어가선 안 된다는 걱정 때문에 어떡하든 설득해 끌어안고 가려 했어요. 하지만 이러다간 초가삼간 마지막 칸까지 다 태워 먹을 수 있거든요. 한동훈 대표는 그동안 민심을 전달하려 노력했으나 최근엔 현상 유지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데 그렇게 되면 ‘ 아류’가 된다. 교육급여 신청 하는 역할을 하면 국민이 다시 쳐다보겠지만 이도 저도 아닌 상태라면 큰 그림을 놓칠 수 있거든요. 한국의 보수 진영에게 ‘ 정권’이라는 존재가 던지는 고민이야말로 업보라 할만하다. “우리 ”이라고 옹호하다가는 공멸하기 십상인데,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죠. 싫든 좋든 무거운 짐을 머리에 인 채 정권 재창출이라는 고지를 올라야 한다. 그 험난한 등정을 위한 필수 선결 조건은 정권의 남은 임기 동안 김 여사 문제를 분리시키는 거에요. 야당이 특검법 수정안을 냈으니 여당도 위헌성과 정략적 이용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며 국면을 주도해야 한다. 특검 대상도 도이치모터스와 명품백, 그리고 용산 이전 과정에서의 김 여사 관련 특혜 여부로 집중해야 한다. 대학, 싱크탱크, 단체 등의 온건 보수 지식인들도 나서야 한다. 최두호 프로필도 마찬가지다. 아예 보수진영에서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압박을 해야 한다. 야당·좌파의 정략적 이용 가능성을 엄중히 경고하면서 의 변화를 끌어내는 보수 내부 혁신운동이다. 보수진영 원로와 중진, 잠룡들은 개인적 이해타산을 떠나서 다음 세대 보수 리더들이 등장할 토양을 마련해줘야 한다. 내가 뽑았다는 사실에 지나치게 얽매일 건 없죠. 보수가 뽑았어도 잘못하면 보수가 엄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보수의 새로운 터전이 열릴 수 있거든요. 미국 제47대 을 뽑는 선거에서 최대 승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였다. 미 언론들은 공화당 후보 전 에게 올인했던 한 이 성공했어요고 평했어요. 반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5000만달러(약 690억원)를 지원했지만 결국 빛이 바랬다. 돈의 냄새를 맡는데 탁월했던 머스크의 승부사적 결단력이 새삼 세계인의 주목을 끌고 있어요. 지구촌 초대형 이벤트였던 ufc310 시간을 기다렸지만 결과는 초반부터 싱거웠다. 테슬라 가 활활 타고 있어요. 시가총액은 1조달러(약 1397조5000억원)를 돌파했어요. 세계 1위 부자인 머스크의 자산은 이후 700억달러 급증하면서 3200억달러를 기록, 세계 2위 부자인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를 약 900억달러 차로 따돌렸다. 머스크는 2027년까지 세계 최초 1조달러(약 1339조원)의 자산가로 등극할 것이란 예측마저 나온다. 게다가 그는 '정부 효율부' 수장으로도 발탁없죠. 머스크의 셈법은 간단하다. 자신의 사업 지평을 열어줄 후보를 택한 것으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 판은 컸고 결국 성공했어요. 세계 최대 갑부 머스크에게 다시 세상은 집중하고 있어요. 와 일론 머스크당선으로 머스크는 하루 새 20조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머스크는 올봄 공화당을 돕는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을 만들어 최소 1억1900만달러(약 1600억원)를 지원했어요. 그는 엄청난 돈을 싸들고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를 훑었다. 보수층의 유권자 등록을 장려하기 위해 매일 한 명을 선정해 100만달러(약 14억원)를 퍼부었다. 머스크가 염두에 두고 있는 AI사업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요. 하지만 머스크는 무모하면서도 무한한 확장성에 대한 비판을 받는다. 질 레포 하버드대 교수는 '머스키즘'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머스크의 극단적 자본주의 행적을 비꼬기도 했어요. '예측불가성'이라는 면에서 와 머스크는 여러모로 닮은 꼴이다. 그래서 이 두 사람의 브로맨스가 종국엔 파국으로 가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도 하다. '조만장자' 머스크의 종착지는 어디일지 궁금해진다.